일요일, 10월 29, 2017

수학, 뭐라고 했쌌는거야? (1부, 원)

수학, 뭐라고 했쌌는거야? (1부, 원)

글자를 읽을 줄 알지만 뜻을 모를 때 이렇게 말하곤 하죠.

"뭐라고 했쌌는거야?"

짜증이 치미는 것이 느껴집니다. 그리고 나서 먹고 살 일이 걸렸으면 "싸우자!"며 달려들 것이요 그렇지 않으면 "흰건 종이요 검은건 글자로다~"며 외면 해버립니다. "수학" 문제였다면 "싸우자"니 상대가 있는 것도 아니요 "왜면" 하자니 뒷간에서 안딲고 나온 기분 입니다. 이런 "찝찝함", 바로 수포자(수학포기자)의 삶이 그랬죠. 수학만 그런 것은 아닙니다. 일상 대화에서 말귀를 못알아 먹을 때 "말이 안통한다"고 하죠. 뜻을 전하려고 문장을 만들었는데 동원된 단어의 의미가 서로 다르거나 뜻을 모를 때 입니다. 전자를 "오해"라 하고 후자를 "찝찝함"이라고 합시다. "오해"는 대화와 설득으로 풀면 되겠지만 "저들은 아는데 나만 모를 때"의 "찝찝함"이라니 이루 말할 수가 없어요. 아마도 "과학과 사람들"의 <어른의 수학> 교실은 이 "찝찝함"을 조금이나마 덜어보고자 하는 첫걸음 이라고 생각되네요.

                   [참조] 과학과 사람들 홈페이지, http://sciencepeople.co.kr

<어른의 수학>은 중고교 수학의 수준에서 시작하여 물리이론에 적용해보는 연습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합니다. 본격 수업이 시작되기 전에 과연 고교 수준의 수학문제가 어떤지 봤습니다.

[문제] 두 점 F(5,0)와 F'(-5,0)을 초점으로 하고 두 점 A(3,0)와 B(-3,0)을 꼭지점으로 하는 쌍곡선 위의 점 P에서 x-축에 내린 수선의 발이 점 F 일 때 두 점 F와 F'을 초점으로 하고 점 P를 지나는 타원의 단축의 길이는? (대입 수능 "기하와 벡터" 연습문제 중에서)

고교 수학이라는데 <어른>이 되가지고 모른다고 하지는 못하겠고, 그저 한숨만. (하아~~ 뭔 소린지....)

상식의 최소선,

전문분야의 기초서적이라 해서 큰맘먹고 읽다보면 전문용어가 슬쩍 끼어 들었다가 나중에는 마치 당연하다는 듯, 흔히 사용되곤 하죠. 익숙해 지면 괜찮아 진다고 하지만, 점점 용어들이 늘어나 결국 포기하게 만드는 요인이 되기도 합니다. 새로운 용어를 만나면 직관적으로 정의 해두는 습관을 들이면 독해에 도움이 됩니다. 처음에는 잘 몰라서 틀리게 이해할 수도 있고 그간 살아온 경험에 비춰 자의적 해석으로 오해하기도 하지만 계속 읽고 생각하면서 수정해 나가게 되더군요.

본격적으로 풀어보기 전에 수학적 상식의 최소선은 있어야 할 것 같습니다. 사칙연산과 분배법칙, 직각 삼각형과 피타고라스 정리를 최소선으로 삼고 위의 수학 문제를 풀어 보는 것으로 하겠습니다.

문제를 다시 봅시다. 점의 좌표 몇개를 알려 주고서는 그것이 "쌍곡선"이니 "타원"이니 하며 수학 좀 배웠다는(고등학교 수준의 수학 이라는게 준욱들게 합니다만) 자들 만 아는 단어를 동원하고 있군요. 그러고 보니 해설을 쓰는 첫줄부터 "좌표"라는 단어를 썼네요.

살다보면 어떤 단어는 너무나 당연한 것이어서 따로 설명하거나 증명할 필요가 없는 말들이 있죠. 이런걸 "공리"라고 합니다. 최소한의 단어는 "상식"이라고도 하죠. 제아무리 "수포자"라지만 "세상 물정 격어본" 어른의 입장에서 "점", "선", "면"이나 1차원, 2차원, 3차원 그리고 "좌표" 따위의 단어는 "상식"이라고 해둡시다. 그리고 한가지 더, 도형의 최소선을 "직선"과 곡선"의 구분이라고 해 둡시다. 제멋대로 그은 "낙서"나 예술의 혼이 깃든 "작품"도 있겠지만 수식으로 표현 할 수 있는 것을 "도형"이라고 합니다. 그중 "직선"을 도형의 최소선으로 잡겠습니다. 그리고, 직각 삼각형과 피타고라스 정리도 이 "최소선"에 포함 시켜봅니다. "직각 삼각형"과 "피타고라스 정리"는 이 세상을 기하학적으로 이해하는 열쇄라고 감히 말해봅니다.

"원"이라는 도형,

원은 "한 점에서 동일한 거리에 놓여있는 모든 점의 집합"이라고 한다지요. "집합"이라고 하니 조금 언짢아 질까요? 조건을 세우고 그에 맞는 것들을 모아 놓은 주머니라고 생각하면 되겠습니다. 예를 들어 "내 돈"의 조건을 "지금 내 주머니에 있는 지폐"라고 한정해 봅시다. 천원짜리, 오천원짜리, 만원짜리를 몇장씩 가지고 있습니까. 지폐 한장 한장이 바로 "내 돈"이라는 집합을 이루는 원소들 입니다. 이제 이런 질문을 해볼 수 있겠군요. "내 돈"의 총액은 얼마 인가요?

이 세상은 수 많은 점이 있다고 칩시다. 그 중 한 점을 정하고 그로부터 같은 거리에 있는 점들 만을 모아 주머니에 담아 봅시다. 그 점들이 담긴 주머니에 "원"이라고 이름을 붙여 줬습니다. 마치 주머니에 담긴 지폐의 총합을 "내 돈"의 "총액"이라고 말하는 것과 같은 거죠.

이름 붙이기,

개념이나 개체에 이름을 붙여주기 시작하면서 전문 용어라는 것이 슬슬 생겨납니다. "원"을 설명하는데 동원된 개념이 있었죠. 그 개념의 이름(용어)이 "중점"과 "반지름". "중점"과 "반지름"을 이해 했다면 이 세상의 모든 원을 완벽하게 이해 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단순히 이름을 지어 주는 것 만으로도 중요한 기하학적 개체를 이해하게 되는군요. 너의 이름을 불러 주었더니 꽃이 되었더라는 시를 읇진 않겠습니다. 너무 식상하니까.

어쨌든 뭔가 의미를 부여(혹은 정의)한 개체나 개념에 이름을 붙여 놓는데 이런 행위를 "추상화" 한다고 합니다. "추상화"라 하면 그림을 떠올리죠. 뭔가 아리송한 그런 그림, 보는 사람마다 의미를 달리 해석한다는 그런 그림, 누구는 뭔지 모르겠다고 하는 그런 그림, 아는 사람만 아는 그런 그림, 바로 "추상화" 입니다.

복합적인 의미를 한데 담아 대표하는 이름을 짖는 행위를 바로 "추상화" 한다고 합니다. 이름을 지어 주는 것 뿐만 아니라 어떤 동작을 한 기호로 나타내는 것도 "추상화"에 포함됩니다. 연산 기호 '+'는 "더하기"에 관한 일련의 행위를 기호로 추상화 시켰다고 합니다. 정수끼리의 덧셈, 정수와 실수의 덧셈 같은 기본적인 숫자의 "더하기"뿐만 아니라 허수의 덧셈도 있고 전산 분야에서 말하는 문자의 덧셈도 있습니다. 모두 '+'라는 기호로 나타내고 있지만 실제로 처리하는 방식은 피 연산자의 특성에 따라 다릅니다. 이처럼 여러 복합적인 의미나 행위를 한 기호에 담는 것을 "추상화" 했다고 합니다. 이제 "원"은 어떤 개념을 "추상화" 시킨것인지 스스로 설명해 봅시다.

다시 "원",

이제 "원"을 집합으로 표현해 보겠습니다.

"원" = {P(x,y) | 중점 C(x1,y1)에서 거리 r 만큼 떨어진 모든 점}

집합의 표기법입니다. 무슨무슨 '법'이라면 미리 정해둔 약속을 뜻하는 거죠.

- 중괄호는 집합의 원소들을 넣어 놓는 주머니를 표시합니다.
- P(x,y)는 집한의 원소들의 일반형을 나타냅니다.
- 수직선은 원소의 조건을 설명하기 위한 구분 선입니다.

점을 (x,y)로 표현 한 것을 보니 2차원 직교 좌표계, 거리 r은 임의의 상수 값 입니다. 즉, 집합의 원소들은 x 축과 y 축이 직각을 이루는 평면 위에 놓였다는 것이며, 임의의 상수라 하면 한번 정해지면 변하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그리고 중점 C를 표현한 (x1, y1)은 고정된 점이라는 의미로 1이라는 첨자 표시가 붙었군요.

원을 나타내는 점 P(x,y) 를 좀더 명확히 서술하자면 이럴 겁니다.

"고정된 중점 C(x1,y1)에서 일정한 거리 r 만큼 떨어진 모든 점"

"원"이라는 집합에 포함될 수 있는 조건을 서술한 것입니다. "고정" 되었다거나 "일정"하다는 말은 원소들을 나열하기 전에 미리 정해 놓겠다는 겁니다. "원"의 가장 중요한 조건은 거리가 일정한 "반지름"입니다. 조건에 부합하는 변하는 점 P를 모두 모아 놓으면 "원"이 됩니다. "고정된 반지름"의 조건에 맞는 점의 갯수는 무한히 많으므로 "점"을 모두 나열 할 수 없으니 조건을 제시하여 집합을 정의하였습니다.

직교 좌표계에서 원의 공식,

어떤 "문제(혹은 "정의")"에서 변수와 상수를 인지하는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변수를 상대로 조건에 부합하는 공식을 세우기 때문입니다. "원"의 정의로부터 변수인 점 P의 x와 y를 반지름이라는 조건에 만족하도록 공식을 세우면 원의 방정식이 됩니다. 이때 직각 삼각형과 피타고라스의 정리가 동원 되는 군요. 이렇게 변수가 포함되어 있는 식을 방정식이라고 합니다.


두축이 직각을 이루는 좌표평면에서 한 점을 좌표 성분으로 분리해 내면 항상 직각 삼각형이 됩니다. 직각 삼각형에서 밑변의 길이 제곱 더하기 높이의 제곱은 빗변의 길이 제곱과 같다는 피타고라스 정리를 그대로 표현한 겁니다. 쉽죠. "원"은 한가지만 기억하면 됩니다. 한 점에서 같은 거리에 있는 모든 점.

그런데 말입니다,

원의 방정식을 보니 어디서 많이 본 것 같은데요. 두 점사이의 직선의 길이를 구하는 공식과 같군요. 두 점 P1(x1,y1), P2(x2,y2) 이 있어요. 두 점사이의 거리를 구하는 방법도 직각 삼각형과 피타고라스 정리 입니다.



그럼 원의 방정식과 차이는 뭐죠? 원은 한 점(중심점)을 고정하고, 거리(반지름)를 조건으로 제시한 후 이에 부합하는 변하는 점 P(x,y)을 표현하기 위해 "방정식"을 세운 겁니다. 두 점사이의 거리를 구하는 "공식"은 고정된 두점을 알려 주고 거리 d를 구한 것으로 변수는 없습니다. 똑같은 개념(직각 삼각형과 피타고라스정리)인데 구하고자 하는 목적과 주어진 조건에 따라 원의 "방정식" 또는 두점 사이의 거리 "공식"이 됩니다. 자, 이제 상수와 변수, 공식과 방정식에 대한 이해가 되었는지요?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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